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오후 대학 4학년 때 독서실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참 동안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 다닐 때, 친구와 나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과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신 것 외에 성격도 꿈도 같아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친구와 나는 대학 졸업 후, 상경해서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서울생활까지 적응하느라 분주하게 보내야 했고, 그래서 서로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런데 딱 37년 만에 전화가 연결된 친구는 아직도 스타일이 나와 비슷했고 살아온 삶의 무게도 비슷했다. 어제 오후 친구가 나에게 들려준 친구의 이야기가 내 삶의 스토리와 비슷해서 소개해볼끼 한다. 친구는 대학 졸업 후, 모 그룹에 입사하여 5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더 큰 비전을 이루기 위해 사직서를 내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친구는 성공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무역업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사업이 성장할 때마다 필요한 자금이 없어서 곤욕을 치렀고, 매달 말일이 되면 직원들 급여를 마련하러 다니는 게 주업무가 되기도 했다. 그런 친구에게 항상 작은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은 시골에서 농사짓고 있는 가난한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A집 아들 세 명] A집 아들 셋이 치킨게임에 나가 승리하여 받은 많은 황금을 부모에게 드렸다. 축배주를 들기 위해 첫째가 술을 사러 갔다. 그는 오다가 술에 독을 탔다. 부모로부터 사랑과 그리고 황금을 혼자 다 차지할 속셈이었다. 첫째가 도착하자 둘째와 셋째가 벌떡 일어나 첫째를 죽였다. 그새 둘은 우승의 영광과 황금을 나눠 갖기로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둘째와 셋째는 기뻐서 독이 든 술을 나눠 마시고 공평하게 죽었다. 이 소식을 들은 임금은 A집 황금을 빼앗아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위 이야기는 연암 박지원의 황금대기(黃金臺記)에 나오는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황금을 놓고 치킨게임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지만, 게임에서 승리한 아들 세 명의 마음가짐이 2022년 대한민국 정치권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이야기다. 역대 정권의 대통령 주변에는 항상 자타가 인정하는 3인방이라는 핵심관계자가 있었다. 최고 권력 주변에 2인방이나 4인방은 없고, 항상 3인방만 있다는 게, 권력에서 1인자가 좋아하는 수 3이 상징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대통령의 3인방은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일 뿐만 아니라, 정권 내내 대통령 측근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효과적인 소통은 전화나 카톡 같이 육신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하는 소통보다 직접 만나서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하는 소통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어 육신과 육신의 만남을 통해 중요한 이해관계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오해나 얽힌 문제 등을 풀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산 사람이 신(神)이나 죽은 사람과 소통할 때는 육신과 육신의 만남을 가질 수 없으니, 산 사람이 신(神)이나 죽은 사람과 진정한 소통을 한다는 게 여간 쉽지가 않다. 그래도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소통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이 잠자고 있는 묘에 가서 간접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어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지만, 평소 본 적도 없는 신(神)과의 소통은 참으로 어렵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신(神)과의 소통을 위해 기도, 묵상, 명상 등의 의식을 만들어, 수천 년 동안 신(神)과 소통을 해왔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사람과 신(神)이 소통하는 방법인, 기도, 묵상, 명상 등의 의식이 모두 눈을 감고 한다는 것이다. 명상(冥想)의 경우, 명(冥)자가 어두울 명으로, 명상 단어 자체에서 이미 눈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잣대를 비판적으로 일컫는 신조어다. 즉,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러운 사람을 가리켜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내로남불은 1990년대 신한국당 박희태 의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정치권에서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비판 등에 널리 사용되었다. 2020년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바꾼 신조어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다른 이는 그르다)를 채택하기도 했다. 당시 아시타비를 추천한 교수들은 그 사유로 조국 사태, 윤석열-추미애 갈등, 코로나19 확산에서 드러나는 문재인 정권의 이중잣대를 들었다. 그제(7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재위로 맞바꿔 사보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6명으로 구성된 법사위가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법사위에서 법안을 심사할 때, 여야 3명씩 동수로 안건조정위(6명)가 구성되어 있어, 민주당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대학 2학년 여름방학 때, 격포해수욕장에 다녀와서 쓴 소설입니다. 지금 읽어보니, 내용이 촌스럽고, 작품성도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40년 전 학창시절에 창작한 작품이기에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꽤 길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꼽추 지은이 김 삼 기 1982년 여름 따르릉... 이건 분명코 환청이었다. 한 생명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등이 보기 흉한 굴곡의 꼽추였다. 어둠이 자욱한 새벽 3시 30분, 그는 마치 유령의 옷이라도 입은 듯 무겁고 엄숙한 그의 육신을 어느 해변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렇다. 그는 지금 아주 불안한 자신의 운명 앞에 도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 꼽추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무슨 이유라도 있단 말인가. 꼽추는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발걸음은 한발 한발에서도 의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무겁게 움직이고 있었다. 해변의 정적이 그를 맞아주는 듯 조용했다. 꼽추는 태어날 때부터 비운의 몸으로 태어났다. 그런 까닭에 가족들은 꼽추를 불쌍히 여겨 잘 보살펴 주었다. 특히 어머니는 지극한 정성으로 그의 손발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2019년 4월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트랙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데자뷰(deja vu)에 가려져 있던 자메뷰(jamais vu)의 의미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데자뷰(deja vu)는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고 느껴지는 착각환상(기시감)이고, 자메뷰(jamais vu)는 이미 경험하거나 잘 알고 있는 상황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착각현상(미시감)으로 데자뷰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데자뷰와 자메뷰는 복잡하고 스피디한 세상 속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자주 나타나고 있는 기억의 착각현상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처음 하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데자뷰고, 평소 자주 온 곳인데도 처음 온 곳으로 느껴지거나 자주 하는 일인데도 처음 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자메뷰다. 방탄소년단(BTS)이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는 처음 들어본 BTS의 한국 노래인데도 과거에 많이 들어 본 적이 있어 친근한 노래 같이 느껴지는 전 세계 팬들의 데자뷰 덕에 BTS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그리고 정상에 오른 후에는 BTS의 노래를 수백 번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5년 전 2017년 4월 1일(토), 북한산 등반을 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이른 아침 도봉산역에 도착했다. 당시 산악회 총무는 참가 회원 22명에게 쪽지를 나눠주면서 각자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그리고 이름이 적힌 쪽지를 모자에 담아 무작위로 하나씩 뽑게 하고, 뽑은 쪽지에 적힌 사람이 당일 마니또(비밀친구)라면서, 등반 도중 들키지 않게 최선을 다해 마니또를 캐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무는 마니또가 자신을 캐어 해준 회원이 누군지 알아맞히면 캐어 해준 회원은 벌금 1만원을 내야 한다며, 등반을 마치고 식사시간에 마니또를 어떻게 캐어했는지 발표하는 시간도 있다고 했다. 나는 산악회에 등록한지 얼마 안 되어 겨우 회장과 총무 그리고 3-4명만 알고 있는 터라, 내 마니또가 누구일지 설레는 마음으로 쪽지를 뽑았다. 그런데 내가 뽑은 마니또는 반평생 나와 같이 동고동락하면서 인생 여정을 함께 해온 아내였다. 우리는 일명 ‘마니또 등반’을 잘 해보자고 파이팅하고 등반을 시작했고, 일부 남성 회원은 눈치 챌 정도로 여성 회원 마니또에게 잘 해주다보니,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마니또에게 의심을 사기도 했다. 나는 아내에게 들키지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20여 년 전, 교회학교 중고등부 학생들과 강촌에 있는 수련원으로 2박 3일 기도회를 다녀온 적이 있다. 첫째 날 저녁 기도회가 뜨겁게 진행될 때, 학생들에게 백지를 나눠주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순위대로 5명 적고, 그들을 용서하는 기도를 하라고 했다. 둘째 날 저녁에도 찬양과 기도로 영성이 풍성해진 학생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순위대로 5명 적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기도를 하라고 했 다. 그리고 셋째 날 아침 학생들에게 자신이 적어낸 두 장의 종이를 나눠주며 동시에 펴보라고 했을 때, 모든 학생들이 와- 하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의 순위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순위가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당시 기도회에 참가했던 교회학교 교사와 학생 모두는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으로, 대인관계를 역설적으로 이해해도 전혀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 예와 같이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어른들도 사랑하는 부부간이나 세상에서 가장 큰 인연이라 할 수 있는 부모자식간의 관계에 있어, 사랑하는 사람의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전혀 연관이 없는 단어 12개(1투수, 2김연아, 3암벽, 4법원, 5낙동강, 6국회의원, 7치맥, 8간호사, 9미국, 10원자폭탄, 11죽음, 12병원)를 순서대로 외우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순서대로 잘 기억하고 있는 신체부위 12개(1발바닥, 2발톱, 3발등, 4발목, 5종아리, 6무릎, 7허벅지, 8엉덩이, 9배, 10배꼽, 11명치, 12가슴)에 위 12개의 단어를 적용하여 연상하면, 순서대로 외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아래와 같이 한 번만 연상하면 된다. 발바닥(1)이 건강한 투수(1)가 균형을 잘 잡는다. 발톱(2)이 빙상경기장 같아 은반 위의 김연아(2)가 생각난다. 발등(3)은 산악인이 암벽(3)하기 쉬운 바위 같이 생겼다. 발목(4)에 쇠사슬이 달린 죄인들이 법원(4) 마당에 모여 있다. 종아리(5)에 알이 베기면 낙동강(5) 오리알이 생각난다. 무릎(6) 꿇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국회의원(6)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허벅지(7)를 치면서 캬- 하는 소리를 내며 치맥(7)을 먹는 광경이 멋지다. 엉덩이(8)는 간호사(8)가 주사 놓기 좋은 곳이다. 배(9)로 우리나라 상품이 미국(9)으로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만약, 방송국 요리프로에 백종원씨가 보조요원과 함께 나와, 요즘 제철음식인 냉이무침 요리하는 방법을 강습한다고 가정할 때, 그 상황을 라디오로 듣는 사람과 TV 화면으로 보는 사람과 방송국 관람석에서 관객으로 참여하는 사람과 요리하는 무대에서 백종원씨를 도와주며 시식하는 보조요원과 직접 맛을 보며 냉이무침을 만드는 백종원씨가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를 것이다. 라디오로 듣는 사람은 귀로만 느끼고, TV 화면으로 보는 사람은 눈과 귀로만 느끼지만, 방송국 관람석에서 관객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눈과 귀와 코로 느낄 수 있고, 시식하는 보조요원은 눈과 귀와 코와 입으로 느낄 수 있고, 직접 맛을 보며 냉이무침을 만드는 백종원씨는 눈과 귀와 코와 입과 손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라디오에서는 청각으로, TV에서는 시각, 청각으로, 관람석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으로, 요리를 만드는 무대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으로 느낄 수 있고, 그리고 백종원씨 본인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다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視覺, 聽覺, 嗅覺, 味覺, 觸覺)이 어디까지 적용되느냐에 따라,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