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성문

2022.04.28 12:56:06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사람의 머리에는 눈, , , 귀의 조화에 따라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얼굴이 있고, 사람의 손가락 끝마디에는 평생 변하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곡선 모양(무늬)의 지문(指紋)이 있다.

 

그래서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에는 얼굴(사진)과 지문이 들어있다.

 

사람의 후두부에도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성문(聲門)이 있어, 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JTBC 전 앵커의 대담이 방영될 때, 내가 TV가 있는 거실에 있지 않고 서재에 있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대담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목소리, 즉 성문(聲門)에서 나오는 소리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들이 다 나와 대담을 한다 해도 그 목소리만 듣고 누군지를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성문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에 얼굴(사진)과 지문뿐만 아니라, 성문(바코드로 표기)도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무한대 이론에 의하면, 사람의 목소리는 우주 공간에서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면서 점점 작아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성문으로 내는 모든 소리가 우주 공간에서 아주 작은 소리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과학이 발달하여 사람의 목소리를 시간대별로 재생할 수만 있다면, 사람의 일생을 성문에서 나오는 소리만으로도 다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목소리를 들어보면 얼굴을 보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관상불여음상(觀相不如音相)이란 말이 있다.

 

얼굴에도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이 다 나타나지만, 목소리에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이 더 많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자신이 말하는 목소리만 알지, 실제 상대가 듣는 내 목소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목소리는 몸속에서 나오는 소리와 입 밖으로 나와 귀로 들리는 소리가 혼합된 것인 반면, 상대가 듣는 소리는 입 밖으로 들리는 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목소리가 진짜 내 목소리인데도 우리는 남들이 단순하게 듣는 내 목소리를 진짜 목소리로 착각하기도 한다.

 

나 자신에게 히는 고백이 다른 사람에게 하는 어떤 말보다 진솔하고 정확한 나 자신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 태어나야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관상불여음상(觀相不如音相)을 생각하며, 역대 대통령들의 목소리를 개인적으로 분석해봤다.

 

울림이 있는 이승만 대통령, 강직한 박정희 대통령, 묵직한 전두환 대통령, 섬세한 노태우 대통령, 차분한 김영삼 대통령, 깊이가 있는 김대중 대통령, 진취적인 노무현 대통령, 날카로운 이명박 대통령, 조용한 박근혜 대통령.

 

사람을 평가할 때, 관상(觀相)보다 음상(音相)이 더 정확하듯이, 지문(指紋)보다 성문(聲門)이 더 정확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 성문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사람을 가장 정확하게 평가해주는 기준이 된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도가(道家)에서는 사람을 평가할 때, 목소리를 가장 중요시했다고 한다.

 

[단상]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남들이 내 목소리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류on뉴스 기자 km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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