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기(氣)를 살려주기 위한,

2022.04.22 06:02:28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오후 대학 4학년 때 독서실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한참 동안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 다닐 때, 친구와 나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과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신 것 외에 성격도 꿈도 같아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친구와 나는 대학 졸업 후, 상경해서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서울생활까지 적응하느라 분주하게 보내야 했고, 그래서 서로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런데 딱 37년 만에 전화가 연결된 친구는 아직도 스타일이 나와 비슷했고 살아온 삶의 무게도 비슷했다.

 

어제 오후 친구가 나에게 들려준 친구의 이야기가 내 삶의 스토리와 비슷해서 소개해볼끼 한다.

 

친구는 대학 졸업 후, 모 그룹에 입사하여 5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더 큰 비전을 이루기 위해 사직서를 내고 무역업을 시작했다.

 

친구는 성공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면서 무역업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사업이 성장할 때마다 필요한 자금이 없어서 곤욕을 치렀고, 매달 말일이 되면 직원들 급여를 마련하러 다니는 게 주업무가 되기도 했다.

 

그런 친구에게 항상 작은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은 시골에서 농사짓고 있는 가난한 어머님이었고, 그리고 큰 액수의 도움을 주는 사람은 꽤 잘 사는 처갓집의 장모님이었다.

 

당시 친구는 혼자 사는 시골 어머님이 돈을 주거나 처갓집 장모님이 큰돈을 선뜻 줄 때마다 어머님과 장모님이 친구 자신의 능력을 믿고, 사업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도와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는 얼마 전 주식을 사면 돈을 번다며 돈을 부탁하는 아들과 남편 사업자금이 필요하다며 도와줄 것을 요구하는 딸을 보고, 친구 자신이 사업할 당시 어머님과 장모님이 자신을 도와준 이유가 자신의 능력이나 사업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가 아들과 딸의 부탁을 받고 아들과 사위의 능력이나 사업 가능성 여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아들과 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무조건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아들과 딸의 기()를 살려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아들과 딸의 기()를 살려주는 게 이 세상 어떤 것보다 큰 행복이라는 걸 얼마 전에야 깨달았던 것이다.

 

나도 어머님과 장모님 살아생전에 내가 사업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어머님과 장모님이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돈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내 기()를 살려주셨던 어머님과 장모님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두 분은 오롯이 내 기()를 살려주신 어머님과 장모님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현재 아들과 딸로부터 어떤 부탁도 받아보지 않았지만, 앞으로 언젠가 아들과 딸이 나에게 어떤 부탁을 한다면, 나도 아들과 딸의 부탁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아들과 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어머님과 장모님처럼 선뜻 그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다.

 

어머님과 장모님은 살아생전에 홍어를 좋아하는 나를 만날 때마다 홍어요리를 준비해놓고 기다리셨다.

 

이는 맛있는 홍어요리를 나에게 먹이는 것보다 홍어요리를 먹을 때마다 신나고 행복해하는 나에게 기()를 살려주기 위한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을 이제 알 것 같다.

 

며칠 전, 장위동에 사는 J 후배로부터 목포에서 홍어가 올라왔다며, 오늘(4.22) 저녁 함께 식사를 하자는 전화를 받았다.

 

J 후배도 내가 홍어를 먹을 때마다 신나고 행복해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를 초대했을 것이다.


두 달 전에도 목포에서 싱싱한 홍어가 올라왔다며 나를 초대했던 후배였는데, 오늘도 나를 초대해서 내 기()를 살려주는 J 후배가 무척 고마울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배려 뒤에는 항상 그 배려보다 훨씬 큰 ()를 살려주기 위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 아침 불현 듯 어머님과 장모님 살아생전에 어머님과 장모님의 기()를 살려주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아내와 아들과 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 주변 사람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고,,,,  

   

[단상]

오늘 저녁 장위동에서 J 후배와 함께 홍어요리를 맛있게 먹으면서, 나도 J 후배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물류on뉴스 기자 km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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