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한국이네 과수원

2022.03.14 06:11:44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민수네와 주보네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지만, 한국이네 과수원을 조상대대로 번갈아가며 경작하다보니 별로 좋지 않은 사이다.

 

70년 전, 한국이네 할아버지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과수원을 경작할 사람을 선정해서 일정 기간 동안 과수원 운영을 맡겼다.

 

한국이네 과수원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의 일터이자 수입원이었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었기에, 과수원 경작자가 어떻게 과수원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마을 전체의 행복이 걸려 있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한국이네 할아버지는 당시 마을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마을 주민투표를 통해 과수원 경작자를 선정했다.

 

민수네와 주보네는 지난 70년 동안 마을 주민투표를 통해 한국이네 과수원을 번갈아가며 경작자로 선정되었다.

 

5년 전까지는 민수네가 10년 동안 과수원을 경작해왔는데, 당시 민수네가 과수원에 쓸 비료를 다른 곳에 사용했고,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로 과수원 곳곳이 오염되고 말았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민수네 책임을 묻게 되었고, 결국은 마을 주민투표를 거쳐 한국이네 과수원 경작이 주보네에게 넘어갔다.

 

그 후, 주보네는 한국이네 과수원 경작을 맡자마자, 2년 동안 비료를 빼돌린 범인을 색출하여 감옥에 보냈고, 쓰레기를 버린 자를 찾아 엄단하는데 집중했다.

 

당시 한국이네는 범인을 찾아 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염된 과수원 토양을 복원하고, 최첨단 IT기술을 동원하여 친환경 과수원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라고 주보네에게 여러 차례 설득했다.

 

그러나 주보네는 한국이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한국이네 과수원 경작보다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데만 신경 썼고, 결국 과수원 주변의 집값만 몽땅 올려놓고 말았다.

 

얼마 전, 한국이네 과수원 경작자를 선정하는 마을 주민투표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정작 과수원 경작은 소홀히 하고, 민수네 잘못만 찾아내다가 집값만 올려놓은 주보네 대신 민수네를 선택했다.

 

사실 한국이네도 민수네와 주보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제3의 과수원 경작자가 나오기를 바랐지만, 마을 주민들이 민수네와 한국이네로 반반 나뉘어져 있어 제3자가 과수원을 맡는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이네는 이번에도 민수네를 불러 주보네의 잘못된 것을 바로 잡거나, 집값을 올린 장본인을 잡아 처벌하는 것에만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과수원을 최고의 과수원으로 만들어서 마을 주민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네는 민수네가 한국이네 과수원 경작을 맡았으니 과수원을 새롭게 깨끗이 치우고 들어가서 새로운 계획을 잘 세워서 운영하기를 바랄 것이다.

 

우리도 새 건물에 입주할 때는 누구나 깨끗이 청소를 하고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청소는 더러운 곳을 깨끗이 치우는 것이지, 더럽힌 자를 찾아내어 벌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청소가 다 끝난 후에 더럽힌 자에게 경고하거나 벌을 주어도 늦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도 대선으로 인해 새 정권이 정해졌고, 새 정권을 위한 인수위가 구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정권을 잡은 세력이 또 다시 적폐청산이리는 명목으로 전 정권을 응징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새 정치를 펼치는 것만 집중하면 된다.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장 두 명 모두 국정경험이 없는 비기너이자 정치적 채무가 없는 당당한 자이기에 오히려 더 기대가 되기도 한다.

 

[단상]

한국은 대한민국한국에서 따온 이름이고,

민수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에서 를 따와 지은 이름이고,

주보는 민주당에서 진보에서 를 따와 지은 이름입니다.

   

   적폐청산은  전 정권의 폐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없애는것,,,

물류on뉴스 기자 kmpress@daum.net
Copyright @2015 물류on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


(주)물류on뉴스 | 서울 강서구 마곡중앙로59-21 819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3967 | 등록일: 2015.11.5 | 발행일: 2015.12.1 전화 02-6347-1387 I 팩스 02-718-5700 I 발행인 신재명 I 편집인 김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