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철수(撤收)

2022.03.02 06:33:29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해 8월 미국의 바이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withdraw) 명령을 내리기 직전, 탈레반의 한 간부인 뮤라자드 라만은 미국에 시계가 있다면 우리는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탈레반 자신들은 끝까지 버티면 되지만, 미국은 떠나갈 거라는 말이었고, 결국 미군은 철수했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러시아의 푸틴도 뮤라자드 라만의 말처럼 미국에 시계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푸틴이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교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대선정국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판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철수(撤收)를 놓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힘겨루기 하는 모습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우크라이나에서의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탈레반이나 러시아와 미국이 힘겨루기 하는 모습과 닮은 것 같다.

 

먼저,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가 지정학적으로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접점에 있는 것이 대한민국과 닮은 것 같고,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 지지율이 높아 국민의 마음과 가까이 있는 윤석열 대선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낮아 국민의 마음에서 다소 멀리 있는 안철수 대선후보와 닮은 것 같고,

 

여러 가지 여건 상, 아프가니스탄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지속적으로 교전할 수 없는 미국이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의 열망을 감내해야 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닮은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의 철수 여부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에서 탈레반과 러시아의 운명이 바꿔지듯이, 안철수 대선후보의 대선행진 철수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유력 대선후보의 당선 여부가 바꿔지는 것도 너무나 닮은 것 같다.

 

작년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게 밀리기도 하고, 향후 자국의 이익을 생각해서 철수했듯이, 안철수 대선후보가 10년 전 18대 대선 때는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보다 지지율도 낮고, 향후 제3세력이라는 정당(국민의당)을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대선완주를 포기하고 대선행진을 철수했지만,

 

현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밀리지도 않고, 나토와 서방의 지원을 받아 강한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철수할 생각이 전혀 없고, 오히려 러시아에게 철수하라고 주장하듯이, 지금 20대 대선을 뛰고 있는 안철수 대선후보도 단일화를 위한 국민경선을 할 경우 윤석열 대선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의 데이터를 토대로 절대 철수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제 모 채널에서 재방영된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10)에서 대출이 될 것처럼 안심시켰다가 막판에 대출을 거절해 회사에서 돈을 융통하지 못해 도산시키는 것을 은행가에서는 철수(撤收)라고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처음에는 생소한 의미로 느껴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사회에 그런 부정적인 의미의 철수가 꽤 많이 자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대선후보는 절대 단일화를 하지 않을 생각이면서도 단일화를 할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높이고, 결국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고 발표했던 일이 생각났다.

 

안철수 대선후보가 드라마 트레이서에 나온 철수(撤收)라는 의미를 가지고 윤석열 대선후보와 단일화에 임했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혹시라도 그랬다면 윤석열 대선후보에게는 치명적인 마이너스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철수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이 바꿔졌고, 미국의 철수 여부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바꿔질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정권교체를 위한 철수(양보) 문제를 놓고 얘기할 때, 안철수 대선후보의 대선완주 철수(포기)만 언급하고, 석열 대선후보의 국민경선 반대 입장 철수(철회)에 대해서는 언급도 안 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일부 정치평론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대선을 7일 앞두고, 오늘(3.2) 마지막 법정 TV토론회가 열리는데도, 윤석열 대선후보와 안철수 대선후보 중 누구에게 시계가 있고, 누구에게 시간이 있는지가 잘 구분이 안 되는 대한민국의 대선정국이다.

 

어제 저녁 지인으로부터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고,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이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고, 대한민국에서도 안철수 대선후보가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해줬다.

 

[단상]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없는 개인의 생각이니,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논리의 비약을 피하기 위해 비유를 들었는데도, 비약적인 비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도 철수(撤收)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기 위한 접근으로만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류on뉴스 기자 km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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