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45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제주도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 가방 안에는 귤 한 박스와 용두암 해변에서 주운 주먹만한 현무암 하나가 들어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친구들도 부모님 선물로 귤을 사왔고,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도를 상징하는 현무암을 하나씩 주어왔다.
수학여행 다녀온 후, 귤은 먹어서 없어졌지만, 현무암은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해서 현무암을 볼 때마다 제주도를 기억할 수 있었다.
작년에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45년 전, 용두암에서 주운 현무암이 생각나서 우도 해변에서도 자그마한 현무암 하나를 주었다.
그런데 펜션 사장이 제가 주어온 현무암을 보더니, 현무암을 가지고 나가다가 공항 검색대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귀뜸해줘, 펜션 뜰에 놓고 왔다.
어제 딸이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연락이 와서, 현무암을 절대 가지고 나오면 낭패당한다고 알려줬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서 현무암을 가지고 나가다가 공항에서 회수된 양이 매주 컨테이너 2-3개 이상이었다고 한다.
제주도가 2012년부터 제주도의 돌을 보존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의 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이 반출 단속 전에 육지로 가져간 엄청난 양의 현무암이 육지 사람으로 하여금 제주도를 기억하게 하고, 제주도를 사랑하게 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나는 지금까지 제주도에서 육지로 나와 책상이나 수족관이나 화단 등에서 외롭게 자리를 지키며 제주도의 정신을 잃지 않고, 육지에 제주도를 알려왔던 현무암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0여 년 동안 세계 각지에 흩어져 디아스포라 생활을 했던 유대인이 1948년 시오니즘에 의해 이스라엘을 재건했듯이, 오랫동안 육지로 나와 흩어져 있던 제주도의 현무암도 이제는 다시 제주도에 모여, 돌이 많은 제주도의 위상을 다시 재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육지에 흩어져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을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하나씩 갖다 주는 캠페인을 벌인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지금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 땅에서 나온 돌조차 이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속이 강화되어 있다는데, 이제는 제주도가 현재 상황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디아스포라 현무암'을 '시오니즘 현무암'으로 바꾸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주도가 현무암 반출 단속이라는 소극적인 대책만 강구하지 말고, 현무암 반입 홍보라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세워, 돌이 많은 섬(삼다도)으로서의 제주도의 정체성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관광객이 육지로 나와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을 다시 제주도에 돌려주면서 자신도 돌이 많은 제주도를 다시 재건하는 데 동참했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어, 차원 높은 제주도 사랑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육지에 나와 있는 제주도의 현무암은 제주도의 얼이고, 제주도의 땅이다.
흩어져 있는 제주도의 얼과 땅이 다시 모여 제주도를 가장 제주도답게 만들어서, 2000여 년 동안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강대국이 된 이스라엘처럼 세계 최강의 자연유산도시 제주도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머지 않아 '현무암 알리야'라는 노래가 제주도 상공에 울려퍼지길 기대해본다.
(알리야는 히브리어로 유대인 디아스포라들이 유대인의 땅인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단상]
즐거운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변 어딘가에 있을 '디아스포라 현무암'도 잘 살펴보면서 제주도의 추억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