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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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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몇 년 전 친구 어머니가 여행 도중 섬에서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수술했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 어머니가 입원한 지방의 모 대학병원에 병문안 간 적이 있다.

 

친구는 뱃길이 끊긴 한밤중에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해군본부에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해군의 도움으로 육지에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도 대학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는 여동생 친구 덕에 빠른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고, 다음날 수술도 서울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삼촌이 대학병원 원장에게 전화를 해, 뇌경색 분야에서 권위 있는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병문안 당시, 나는 친구 어머니가 계신 4인 병실에서 약 10분 정도 그리고 병실 앞 복도에서 약 20분 정도 있으면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먼저 친구 어머니의 경우, 담당 의사가 아닌데도 누구의 연락을 받았다며 중년 의사가 병문안을 했고, 법무팀장과 간호과장 그리고 친구의 여동생 친구 간호사도 친구 어머니 병문안을 하고 갔다.

 

같은 병실에 있는 나머지 3명에게도 여러 명의 병원 의료진과 직원이 병문안 차 다녀갔다.

 

그래서 나는 복도에서 만난 친구의 여동생 친구 간호사에게 담당 의사나 간호사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병실을 찾아 오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간호사가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입원환자들 대부분이 여러 단계를 거쳐서라도 병원 직원과 아는 인맥으로 오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라도 일부러 인사를 해야 합니다. 저를 통해서 온 사람만도 이 병원에 현재 12명이나 됩니다.”

 

나는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만 잘 받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은 인맥을 동원해 불필요한 서비스까지 받아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뿐만 이니라, 검찰에 조사 받으러 갈 때도 많은 사람들은 변호사와 상담하지 않고, 백방으로 아는 검찰 직원을 찾아서 상담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검찰 계장쯤 되면 하루에 수 십 차례 아는 지인으로부터 상담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 외 관공서를 방문할 때도, 신규 거래처를 방문할 때도, 우리는 직접 부딪치지 않고, 누군가 아는 인맥을 동원하려고 한다.

 

물론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인맥을 동원하지 않고 직접 당당하게 상담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60대 이전 세대는 아직도 인맥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실 위 친구도 더 좋은 병원이 주변에 있었지만, 대학병원에 아는 인맥이 있어서 그리 갔다고 했다.

 

나도 음식을 잘 하는 식당보다 내가 주인을 잘 알고 있는 식당에 가는 편이고, 가게도 품질보다 가게 주인을 잘 아는 쪽으로 가는 편이다.

 

왜 우리 기성세대는 시스템문화보다 인맥문화를 더 선호할까?

 

요즘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법적 처벌을 받는 것도, 모두가 시스템문화보다 잘못된 인맥문화를 동원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대중은 그래도 시스템문화에 익숙해졌는데, 기득권 세력은 아직도 인맥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권력기관의 인사정책이 시스템보다 인맥을 더 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인맥이 일이나 사건에 개입되는 순간, 그 인맥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까지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국회가 잘못된 인맥문화 척결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친구 어머니 경우처럼 섬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119 구급대에 신고만하면, 육지로 나오는 길도, 응급실 수속도, 수술의사 선정도,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날을 고대해본다.


현대는 인맥으로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다.

 

[단상]

우리 기성세대는 무슨 일을 할 때, 그냥 해도 되는데, 꼭 아는 사람 통해서 하려고 하고, 그래서 우리 기성세대 스토리에는 항상 누군가 힘 있는 협조자(인맥)가 있고,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인맥을 내세워야 하는 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허수아비 논법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아침 차를 타고 수도권 외곽을 달리면서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들녘을 볼 수 있었다. 나는 20년 전, 모 신문사에 기고한 칼럼 ‘옐로우 카드’에서 “노랗게 물든 가을 황금들녘이 정부와 사회와 국민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매해 가을 들녘을 볼 때마다 옐로우 카드를 연상해왔다. 그래서 어제 가을 황금들녘이 우리나라에 주는 경고의 메시지도 생각해봤다. 나는 “대선정국으로 인해 불거진 굵직한 사건들을 제대로 매듭 짓지 않고, 정쟁으로 대충 넘긴다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황금들녘이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이 진영논리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쳐 편향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특히 대선후보들의 공약이나 경선 토론회에서 주장하는 정책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역시 우리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메시지로도 들렸다. 어제 오후 돌아오면서 차를 잠깐 세우고 아침에 지났던 가을 들녘을 자세히 봤더니, 탐스러운 낟알을 노리는 참새 떼를 쫓아내기 위해 나무, 짚, 옷가지 등으로 만든 농부 모습의 허수아비도 여기저기 서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허수아비가 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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