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세계 최강의 모 IT회사의 전통은 해마다 각 팀에서 대표선수 2명을 뽑아 이들이 경쟁해서 우승한 팀 전원에게 해외여행과 함께 세계대회 출전 혜택을 주는 것이다.
회사 규칙에도 세계대회 출전 팀이 우승하면 팀 전원에게 각각 1억 원씩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이 회사의 모든 팀은 다른 팀과 경쟁해서 이겨야 포상도 받고 세계대회에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팀에서 최고 실력 있는 직원 2명을 팀 대표선수로 뽑아야 한다.
그리고 대표선수로 뽑힌 2명에게는 팀에서 단기간이라도 일을 줄여주며 팀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 전체 실력으로 봐서는 세계 최강인데도 이상하게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대표 팀이 해마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사장은 고민 끝에 대표 팀 선발 방법이 잘 못됐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새로운 선발 방법은 각 팀에서 제일 능력 있는 직원 2명을 뽑아 경쟁하지 않고, 각 팀에서 제비뽑기로 대표선수 2명을 뽑아 팀별 경쟁을 통해 세계대회 출전 팀을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제비뽑기로 뽑힌 2명의 대표선수가 팀에서 제일 능력 있는 직원이라고 할 수 없는 방식이다.
세계대회는 각 팀에서 제일 능력 있는 2명만 나가지 않고, 약 10여 명의 팀 전원이 나가기 때문에, 팀에서 최고 능력 있는 2명의 실력보다 팀 전원의 실력이 중요하다는 게 사장이 고민 끝에 얻은 아이디어였다.
그 결과 회사 대표 팀은 세계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스포츠건 기능대회건 경시대회건 출전하는 대표선수는 각각의 공동체에서 최고의 실력자들이다.
그런데 그들만의 경쟁을 통해 공동체 전체의 우열을 가린다는 게 왠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연아 선수 한 명이 세계피겨대회에서 계속 금메달을 땄다고 우리나라가 북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피겨강국이 될 수가 없고,
우리나라 여자 골퍼들이 아무리 세계를 주름잡아도 우리나라가 아직 골프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김연아 선수나 여자 골퍼나 그들의 우승은 개인의 영광일 뿐인데, 나라 전체의 것인 양 너무 떠들어대서는 안 된다.
국위선양 차원에서만 인정해야지, 나라 전체가 잘해서 우승하는 차원으로 홍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만약 국가나 공동체 간의 경쟁에서 정확한 우열을 가려야한다면, 위 IT회사 사장의 아이디어처럼 제일 실력 있는 대표선수로만 경쟁하지 않고, 일정한 자격기준이 된 자들 중에서 제비뽑기로 선발된 자들이 경쟁하는 것이 맞는 방법일 것이다.
최고 실력 있는 대표선수만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 없고. 그 대표선수들의 경쟁이 전체의 경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군산상고 야구팀이 계속 역전 우승하는 것을 보고, 당시 야구팬들은 군산상고가 어느 고등학교보다 야구를 잘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군산상고보다 야구 동아리가 훨씬 많고 ,그래서 야구 붐이 일어났던 서울의 모 고등학교가 야구부는 약했지만 학교 전체로 보면 군산상고보다 훨씬 야구를 더 잘한 학교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최근 여당과 야당이 내년 대선을 관리할 새 대표를 뽑기 위해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금 번 당 대표 선발만은 투표로 하지 않고, 일정한 자격이 된 후보들을 놓고 제비뽑기로 당 대표를 선출하면 어떨까?
그래야 제비뽑기로 선출된 위 IT회사의 대표선수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듯이, 정당도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가 공동체 내의 최고 실력자를 의미하지 않고, 평균 실력자를 의미하는 시대가 되어야 우리 사회가 진정한 평등사회 반열에 올라설 것이다.
대표(代表)의 사전적 의미가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나 전체의 상태나 성질을 어느 하나로 잘 나타내거나 또는 그런 것이지, 전체 중에서 최고 능력자나 가장 우수한 성질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사회가 만들어낸 ‘대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의미를 우리 사회가 꼭 되짚어봐야 한다.
[단상]
최고 실력자인 대표 한 명만 보고 그 공동체 전체를 판단하는 우를 범치 않기 바랍니다.
오늘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이하여,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우산도 챙기고, 빗길 운전도 조심하고, 그리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오늘 하루가 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