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꽃집에 들러, 화사하게 핀 봄꽃을 구경하면서 꽃집 사장에게 어떤 꽃나무가 건강하냐고 물어봤다.
꽃집 사장은 길쭉하고 높은 화분에 담긴 꽃을 가리키며 뿌리가 깊은 꽃나무는 꽃보다 뿌리 상태를 봐야 하고, 넓적한 화분을 가리키며 뿌리가 얕은 꽃나무는 뿌리보다 화분 안에 있는 주변의 꽃 상태를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아내도 뿌리가 깊은 꽃나무 역시 꽃 상태를 보고 건강 유무를 알 수 있지만, 더 정확히 알려면 뿌리를 봐야 한다며 맞장구를 쳤다.
나는 어제 꽃집 사장 말대로 본질적인 문제는 본질에서 답을 찾아야 하고, 현상적인 문제는 현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단순한 원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내 말대로 본질적인 문제도 현상에서 답을 찾을 수 있지만, 더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는 원리도 깨달을 수 있었다.
46년 전 나는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한 후, 입시공부로 인해 누적된 피로도 풀 겸 친구와 함께 하모니카를 하나씩 구입하여 각자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기로 했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 10여 곡을 골라 계이름을 보면서 계속 연습을 했다.
그런데 1주일 쯤 되었을 때, 나는 연습한 10여 곡 중 한 곡도 제대로 부르지 못했지만, 친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노래 대부분을 하모니카로 거침없이 부르고 있었다.
친구는 나에게 ‘고향의 봄’이라는 쉬운 곡을 골라 계이름을 외워 ‘고향의 봄’만 하루에 수 십 번씩 불렀더니, 음감이 살아나 평소 알고 있는 모든 노래도 계이름 없이 하모니카로 부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사회 초년생 때는 직장 동료 7명이 함께 모여 세상 돌아가는 판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신문에 나오는 한 주간의 이슈를 주제로 토론하는 모임에 참여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유독 기사의 내용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선배 대리는 직장 동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알고 보니, 다른 동료들은 한 주간 이슈만을 탐독해서 토론을 준비했지만, 선배 대리는 이슈 외에 다른 모든 기사도 섭렵하며 준비했다.
위 두 예에서 친구나 선배 대리는 둘 다 결과적으로 보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방법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는 노래 한 곡만을 집중적으로 연습하여 하모니카 연주를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선배 대리는 한 가지 기사만 깊이 분석하지 않고 여러 가지 다양한 기사를 통해서 하나의 이슈를 분석하는 혜안을 가졌던 것이다.
왜 반대로 여러 곡을 연습했던 나나 이슈 기사만을 탐독했던 다른 직장 동료들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을까?
어제 꽃집 사장의 말에 답이 있었다.
하모니카 연주같이 본질적인 문제에서는 깊이가 중요하고, 그래서 한 곡을 계속 연습해서 원리를 터득해야 성공할 수 있고,
신문 이슈 토론같이 현상적인 문제에서는 주변이 중요하고, 그래서 다양한 기사를 통해서 이슈를 파악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본질만 중요시 하거나 현상만 중요시하다가, 나나 직장 동료들 같이 능력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우를 범치 않아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본질적인 문제인지 현상적인 문제인지 생각해 보고, 깊이로 대처할 건지 주변 분위기로 대처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본질과 현상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서로 성질이 다른 구별의 차원에서 이해해야지 완전히 나누어지는 구분의 차원에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와 현상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에서는 분명히 구분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제 꽃집에서 깨달은 지혜다.
[단상]
본질적인 문제를 현상에서 답을 찾거나, 현상적인 문제를 본질에서 답을 찾으려는 우를 범치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다육이 몇 개 사서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