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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다가오는 斷想] 예정되어 있는 일과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

 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 정년퇴임을 눈앞에 둔 후배 경찰과 저녁시사를 같이 했다.

 

후배와 3시간 이상 함께 대화하면서 후배에게 예정되어 있는 일은 630일 퇴임하는 것이었고, 예정 되어 있지 않는 일은 퇴임 후 무슨 일을 할 것인가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후배는 예정되어 있는 퇴임에 대해서는 상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지만, 퇴임 후 예정 되어 있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어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경제기획원을 거쳐 2년 전 통계청에서 퇴임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후배 경찰을 위로해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왜 예정 되어 있는 일에 대해서는 당당하지만, 예정 되어 있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불안하게 생각할까?

 

아침 일어나서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아침식사를 하고, 뉴스를 보고, 매일 정해진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단체카톡방에서 지인들과 소통을 하고, 귀가 후, 씻고 잠을 자고,

 

위에 열거된 내용들은 나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하루 일정으로 미리 내가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일어나서 아침 식탁에 올라오는 반찬, 뉴스 내용, 일에 대한 성과, 사람과 만나서 하는 대화 내용, 단체카톡방에 올라오는 소식 등은 미리 알 수 없는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1년을 놓고 보더라도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일정이나 동호회 모임 등과 같이 이미 계획되어 있어 미리 알 수 있는 것들과 갑자기 닥치는 사고같이 계획에 없어 미리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미리 예정되어 있는 일은 그 일의 특성과 목적을 생각하며 미리 준비할 수 있어 능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예정에 없는 일은 미리 준비할 수 없어 능률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그래서 예정되어 있는 일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도 일을 마칠 수 있지만, 예정에 없이 갑자기 생기는 일은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함으로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수도 있다.

 

우리는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을 사고나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 즉 나쁜 일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우리가 평상시 기대하고 있던 자신에게 좋은 일이 갑자기 이루어지더라도, 그 좋은 일이 예정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삶속에서 예정되어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 아우트라인에 불과하지만,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은 어떤 일의 모든 과정 속에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하면서 일의 성패나 결과를 바꿔버리기도 한다.

 

특히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새로운 트랜드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지구촌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예정되어 있는 일조차도 예정된 상황으로 진행되지 않아, 안정을 찾을 수 없고, 매순간 긴장하면서 불안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또한 예정된 일만 하는 사람들은 위기대처능력이나 도전정신이 약하고 매일 동일한 생활패턴으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는 예정되어 있는 일에서 안정을 찾고,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에서 위기대처능력을 배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삶이 예정되어 있는 일과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 중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는지 생각해보고, 만약 한쪽에 치우쳐있다면 적절한 조화를 위해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후배의 경우, 지금까지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예정되어 있는 일에 치우쳐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예정되어 있지 않은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살 것이다.

 

처음에는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을 만날 때마다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30년 넘게 공직을 잘 수행했던 후배이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잘 대처해 나가리라 믿는다.

 

[단상]

최근 예정된 일이 많았는지 예정되지 않은 일이 많았는지 점검해보는 화요일 아침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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